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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모 위해…108개 사찰 떠돈 효자

취송(翠松) 2007. 10. 15. 16:41
 치매노모 위해…108개 사찰 떠돈 효자[파이미디어 2007.10.15 11:42:06]


    어머니의 부름에 ‘아니요’라고 답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덕주 씨. 그는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을 안 뒤 어머니를 업고 전국 108개 사찰을 올랐다.

이 우직한 아들의 사모곡이 KBS 2TV `인간극장-남한산성 소야곡`을 통해 소개된다.

   덕주 씨는 어머니의 말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 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겠다는 어머니를 위해 밤새 어머니 옆을 지키며 파리를 잡고, 어머니 입맛에 맞추려고 우유를 데웠다 식히기를 수십 번이다.

   어디 그 것 뿐인가. 어머니를 위해 땀 뻘뻘 흘려가며 찌개와 가지무침을 했어도, 느닷없이 냉면이 먹고 싶다는 모친의 말에 다시 냉면을 삶는다.

   여든넷의 어머니를 남자 혼자 힘으로 모시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덕주 씨는 인상 한번 찌푸리는 일 없이 어머니의 말을 순순히 따른다. 오늘도 남한산성의 덕주 씨는 낮이고 밤이고 어머니가 부르면 열일 젖히고 "네" 하고 달려간다.


  2년 전 어머니는 치매 초기진단을 받았다. 한밤중에 일어나 옷장을 뒤지고, 땀이 뻘뻘 나는 여름에도 춥다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는다. 노모는 덕주 씨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라치면 온 동네를 서성인다. 아들을 찾아 헤매다 아들이 죽었다고 통곡을 한다.

  젊은 나이에 혼자 된 뒤 식당일을 하며 5남매를 키운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공부까지 포기할 정도로 유별난 효자였던 덕주 씨는 어머니의 치매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업고 전국 108개 사찰을 돌기 시작했다. 덕주 씨는 지금도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만 나빠지면 어머니를 모시고 절을 찾아간다.


  40년 동안 장사를 해 온 어머니의 눈에 아들 덕주 씨의 행동은 느림보 중에 상 느림보다. “야야, 니는 왜 이리 느려터졌노.” 어머니의 구박에 덕주 씨는 숨을 헐떡이며 “네, 죄송합니다.” 바보같이 웃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머니는 늘 `빨리 빨리`다. 한 가지 일을 빨리 끝내놓고 다른 일을 또 빨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밥을 할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절에 갈 때도 어머니는 덕주 씨의 느린 행동이 답답하다. 덕주 씨는 성질 급한 어머니에게 맞추려고 늘 동분서주다. 딴에는 빠르게 한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성에 찰리가 없다.

  덕주 씨는 어머니의 기억을 잃지 않게 하려고 수시로 덧셈, 뺄셈을 시키고, 핸드폰 번호를 외우게 한다. 화투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못 치는 화투도 쳐보고, 산으로 들로 어머니 전용의자를 들고 운동을 하러 다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10살까지만 어머니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덕주씨. 그래서 어머니 팔을 주무르면서도, 밥을 챙겨드리면서도 "아직 30년은 더 사셔야한다"며 어머니에게 주문을 걸 듯 말을 한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덕주야, 니는 내 죽거든 미국 누나한테 가래.”

그러면 덕주 씨는 답한다.

“아니요 어머닌 110살까지 살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는 유별난 효자 덕주 씨의 사모곡은 15일(월)부터 2주에 걸쳐 저녁 7시 30분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