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사이신의 매운힘
당뇨병에서 위염까지… 고추로 다스린다
조선일보 / 2010-01-27 09:24
캡사이신의 ‘매운 힘’
고추는 새나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매운 맛을 낸다. 이런 고추의 '매운 힘'을 이용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고추에서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당뇨병에서부터 소화불량까지 다양한 질병을 다스리는 약으로 사용된다.
◆ 당뇨병, 대상포진으로 인한 신경통
당뇨병이나 대상포진으로 손발이 화끈거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을 때 캡사이신 연고를 바르면 통증이 덜해진다. 신경통이나 관절통이 있을 때 고춧가루로 뜸을 뜨는 민간요법도 캡사이신의 통증 완화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김민진 고대안암병원 약사는 "캡사이신은 우리 몸에 들어한 직후에는 강한 자극을 주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진통 작용을 한다. 이는 캡사이신이 통증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약사는 "캡사이신 연고는 무릎 관절염 통증처럼 범위가 큰 통증보다 대상포진이나 당뇨병 등 때문에 손이나 발끝에 나타나는 작은 범위의 통증에 많이 쓴다"고 말했다.
◆ 소화불량·위염 치료제
매운 맛은 위를 자극한다는 속설과 달리, 캡사이신은 소량 먹으면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염을 치료할 수 있다. 이용찬 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는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이 위염 등 위 질환의 원인 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2007년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고추를 먹는 약으로 쓰지는 않는다. 최 연구원은 "호초보다 고추에 캡사이신이 5~10배 많이 들어 있지만, 고추는 자극이 너무 심해 약효를 볼 정도로 많이 먹는 것 자체가 힘들며, 또 약리활성 기전이 진통해열제나 감기약과 같아 이런 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요실금·과민성 방광염 증상 완화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성 요실금 환자나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자주 보는 과민성 방광염 환자에게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을 방광에 주입하면 1~2개월간 배뇨장애 증상이 좋아진다. 김하영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절박성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염 환자는 방광점막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어 방광이 일반 사람의 절반만 차도 소변이 마렵다. 이때 방광에 캡사이신을 주입하면 방광점막 신경이 얼얼하게 마비돼 1~2달간 소변을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