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재미있는 시 모음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
취송(翠松)
2010. 4. 16. 15:42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
윤 승 호
마지막 귀대 명령을 듣기 전에
나의 임무는 끝났다.
그저 조국의 부름을 받았고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최후까지 조국을 지키고
조국과 어머니 품과 같은 함체를 지키려 꽉 움켜잡고 또 잡았다.
가라앉는 함체를 잡은 손이 펴지지 않는다.
내가 잡은 함체는 둘로 갈라지어 이어보려 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 까지
나의 가족을 지키듯 잡고 또 잡았다.
나는 조국의 명령을 여기까지 들었고
지금도 그 명령에 따르고 있다.
서해바다 속에서
동해바다 속에서
그리고 남해바다 속에서
내 땅과 바다를 지키는 수병으로서 영원히 살아가리라
나에게 명령은 이제 묵언으로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