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장애아들 기초생활수급자 만들려고 자살한 父情
지난 6일 오전 8시 25분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윤모(52)씨가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 유족으로는 한쪽 뇌의 성장이 멈춰 선천성 장애를 갖게 된 초등학생 아들(12)밖에 없다.
윤씨 부자(父子)는 추석 연휴 내린 폭우로 생계까지 위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공사판 일감이 떨어져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윤씨는 지난달 동사무소를 찾았다. 윤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해 생활비 좀 지원해 달라"고 애걸했지만, 동사무소 직원은 "나이가 많지 않고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어서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좌절한 윤씨는 술로 날을 지새우다 5일 오전 말없이 집을 나갔고 소주 1병을 마신 뒤 이튿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기도 부천의 고아원에서 자란 윤씨는 특수강도 전과로 6년을 복역하고 1994년 출소했지만, 1997년 아내 김모(54)씨를 만나 아들을 얻은 뒤로는 공사판 노동을 하며 착실하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를 아는 교도소 교정위원 A씨는 "(윤씨가)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아들이 병원에 한 번 갈 때마다 수십만원씩 든다고 했다"며 "3년 뒤 아내와 헤어진 뒤 혼자 어렵게 살아왔고, 최근엔 쌀이 없어 부자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전했다.
윤씨 주머니에서는 공책 8장을 찢어 쓴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 "내가 죽으면 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동사무소 분들이 잘 좀 도와달라"고 썼다. 홀로 남은 아들에게는 "이 아비가 정말 사랑한다. 이제 하늘에서 지켜볼게"라는 말을 남겼다. (조선일보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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