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열쇠 나 홀로 아파트 거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유월 초순에 내리는 비가 봄비처럼 촉촉하다. 아내는 조금 전에 친구를 만난다고 우산을 들고 나갔다. 건물 어딘가에 모여 흐르던 빗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또닥또닥 방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같다. 나는 찰싹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옛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어려서부터 집 없는 설움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았다. 우리 가족은 한국전쟁 중에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이었다. 그때 우리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먹고사는 것에 급급한 삶이었다. 그러다가 정착한 곳은 인천 앞바다의 조그만 섬이었다. 어떻게 집을 장만하였는지 몰라도 우리는 단칸방의 초가가 우리 집이었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집이 작고 초라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밖에서 뛰어놀다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