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생선비늘*/2부 일의 의미

나의 건강법

취송(翠松) 2022. 3. 18. 08:30

나의 건강법

건강관리는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하다. 저마다 자기만의 건강관리 법이 따로 있을 것이다. 운동이 건강관리 전부는 아니겠지만 건강관리의 중요한 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어느 한 가지를 딱 집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좋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무리하게 하지 말고 몸에 맞게 적당히 하면 되지 싶다. 어떤 운동이든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건강관리법을 소개하려 한다. 나는 국선도를 수련하고 있다. 한때 지도자 생활까지 했으니 국선도는 나와 맞는 운동이 아니겠는가. 국선도는 단전호흡이다. 기체조라고도 한다. 기체조는 기혈유통순환을 위한 체조다. 국선도는 그 움직임의 양태가 다양하다. 서서, 앉아서, 그리고 누워서 하기도 한다.

내가 단전호흡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동네에 단전호흡 수련장이 생겼다. 호기심을 갖고 있던 차에 직접 수련해 보려고 등록을 하였다. 그때 내 나이 지천명을 앞두고 있었다.

먼저 기혈유통 순환 체조로 시작한다. 지금껏 내가 해온 국민체조니 보건체조니 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형태다. 몸을 긴장, 이완하는 스트레칭이다. 그리고 운동 부위도 손끝에서 발끝까지 머리끝에서 발바닥까지 온몸을 자극한다. 기본 체조가 끝나면 단전호흡에 들어간다. 단전호흡은 아랫배까지 숨을 천천히 깊게 마셨다가 토하는 수련이다. 마음도 오로지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에 들어가는 훈련이다. 호흡 훈련 후에 마무리 체조로 기혈을 순환하며 수련은 끝난다. 무리한 동작이 없어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첫날 수련부터 내 마음을 끌었다.

어떤 운동이든 간에 운동하는 목적이 있다. 태권도나 유도는 호신용으로, 보디빌딩 같은 운동은 근육질의 몸만들기처럼 말이다. 그런데 선배들한테 국선도를 왜 수련하느냐고 물으면 무슨 초인적 힘이 생긴다는 둥, 무슨 신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주는 것이었다. 수련하다 보면 몸에 기운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때 2년 정도를 수련했는데 어떤 느낌도 오지 않았다. 수련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다. 권태기도 찾아오는 것 같았다. 계속해야 하나 그만둘까 갈등하는 데 본부에서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나도 초급 지도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었다. 그래서 국선도를 조금 더 깊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교육을 받으러 갔다.

교육장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전국에서 모였기에 사람들도 많았지만 거의 다 노란 도복을 입고 있어 푸른 도복을 입은 나와 비교가 되었다. 노란 도복은 수련 기간이 짧게는 5, 그리고 그 이상인 사람들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10년 넘게 수련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들은 수련의 목적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좋아서 수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했다. 국선도는 심신을 강건하게 하는 양생지도(養生之道)라고 말이다. 욕심 없이 수련한다는 그들의 말에 오히려 중후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수련기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개가 수련으로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괴력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꾸준히 수련하면 허기졌던 몸에 기운이 충만하여 병들었던 몸이 쾌유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만성병을 치유하고, 어떤 이는 병원엘 오래 다녀도 못 고치던 고질병을 국선도 수련을 하고서 좋아졌다고 했다. 어떤 이는 본인이 움직이는 종합병동이었는데 국선도 수련으로 이제는 건강한 몸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아픈 사람은 병의 치유를 위해 수련하고 건강한 사람은 더욱 강건해져 만병을 물리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치유를 위해 수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선도 수련의 목적은 사회생활을 하며 피폐해진 몸을 회복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수련법이라 했다.

그즈음 나는 구내염을 달고 살고 있었다. 병증은 이러하다. 입안에 좁쌀만 하게 여드름 같은 것이 생긴다. 며칠 지나면 터져 상처가 되어 손톱만 한 크기가 된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아프기 시작한다. 얼마나 아픈지 밥을 못 먹을 지경이 된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호되게 아프다가 아픔이 사라진다. 그 후에도 일주일 정도 지나야 상처가 완전히 아문다. 등산하러 다녀오거나 열차 타고 고향에 다녀와도 뭐가 피곤한지 상처가 생기고는 했다. 체력을 소모하고 난 후에 상처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병원에 다닐 병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만성병처럼 달고 살았다.

교육을 다녀온 후에 나의 입속 병을 관찰하여 메모하기 시작했다. 구내염의 발생 빈도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처음 발생하여 다 나을 때까지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렸다. 어떤 때는 상처가 다 낫기 전에 다른 상처가 발생해 두 군데가 아플 때도 있었다. 그런데 상처가 낫고 다시 새 상처가 생기는 기간이 하루, 이틀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안 아픈 기간이 어떤 때는 일주일, 그러다가 그 간격이 한 달이 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시나브로 입속의 상처가 사라졌다. 그 후 지금껏 구내염은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수련은 미흡했지만, 그런대로 축기가 되어 면역력이 상승한 덕분이라고 믿고 싶다. 그 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쭉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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