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국선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경천사상(敬天思想)에서 전래한 우리 민족 고유의 선(仙) 수련이다. 국선도의 주 수련은 호흡 수련이다. 그래서 그 명칭을 단전호흡이라고도 한다. 호흡은 생명 유지를 위하여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신체 대사 작용이다. 어떻게 호흡하느냐는 건강 유지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호흡의 깊이에 따라 가슴호흡, 복식호흡, 단전호흡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얕은 가슴호흡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런데 국선도가 있었다는 고증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지만, 국선도 내용을 알 수 있는 어떤 문서가 발견되지 않는 게 매우 아쉽다. 삼국사기에 있는 최치원의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이 나라에 현묘지도가 있으니 가로되 풍류라, 실로 이 도(道)는 삼 교(공자, 노자, 석가)를 포함한 것으로 모든 민중과 접촉하여 이들을 교화(敎化)하였다는 선사(仙史)의 기록이 있다고 말이다.
國有 玄妙之道 曰風流 說敎之源(국유현묘지도 왈풍류 설교지원)
詳備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상비선사 실내포함삼교 접화군생)
유교, 도교, 불교의 교리를 전부 포함하였다니 그 가르침이 얼마나 광대하였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신라의 화랑도에서도 풍류니, 국선이니 하는 용어가 나온다. 따라서 선도(仙道)는 신라 시대의 화랑도와도 연관이 되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수련하고 있는 국선도 수련은 단순히 건강관리를 위한 심신 수련일 뿐 국선도 본연의 뜻을 익히는 것은 아니다.
수련의 시작은 기혈유통순환 체조이다. 자동차가 잘 달리기 위해서는 먼저 도로를 정비해야 하듯이 기혈순환이 잘되도록 몸의 경락을 먼저 풀어주는 운동이다. 스트레칭으로 팔다리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다. 힘을 빼고 느린 동작으로 들숨 날숨에 맞추어 경직, 이완 운동을 반복한다. 격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천천히 부드럽게 몸을 풀어준다.
기체조가 끝나면 행공에 들어간다. 행공은 단전호흡으로 우주의 기운을 내 몸으로 받아들여 축기하는 과정이다. 조용히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서기 위해 명상을 한다. 하지만 무상무념의 상태에도 명상의 상태에도 들어가기는 쉽지가 않다. 잡생각을 떨치려 하면 오히려 잡생각은 더 따라온다. 온갖 잡생각에 머리가 아플 지경의 상태가 된다. 천천히 하는 단전호흡은 그 자체가 수련이지만 또한 호흡에 집중함으로서 명상을 유도한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는 경지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수련을 시작한 처음에는 온갖 잡생각으로 머리가 혼란해진다. 떨치려 하면 할수록 더 집요하게 몰려든다. 어떤 때는 내가 이런 경험도 있었나 할 정도의 시시콜콜한 기억이 모두 떠오른다. 오히려 그게 더 신기할 지경이다. 그렇게 꾸준히 수련하면 어느 정도의 정리는 되기 시작한다. 책상 위의 책들을 정리하듯이 말이다. 마음 수련은 완성 없는 수련이다. 끊임없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단전호흡은 무슨 상상 속의 호흡이 아니다. 아랫배의 배꼽 아래까지 깊숙이 천천히 여유롭게 호흡하는 것이다. 호흡과 마음은 상통한다. 마음이 사나워지는 날엔 호흡도 거칠어진다. 반대로 호흡을 정리하면 마음도 서서히 안정되어 간다. 호흡이 여유로우면 마음도 느긋해진다.
천천히 숨을 깊이 마시면 횡격막이 보통 호흡 때보다 서너 배 더 깊숙이 내려간다. 그러면 폐부에는 많은 공기가 흡입되어 복부에는 압력이 가해진다. 복압이라 한다. 복압은 제2의 심장이라 하여 정맥혈의 순환을 도와준다. 단전호흡의 효과를 현대과학이 입증해주고 있다.
호흡은 우주적 외기와 내 몸의 내기가 상통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호흡을 중요시하는 것이 국선도 수련의 특징이다. 호흡 방법은 정기신(精氣神) 삼단(三丹) 호흡법이다. 하단전인 정(精)이 충만하면 상단전인 기(氣)가 장대하고 기가 장하게 되면 중단전의 신(神)이 밝아진다는 원리이다. 이 말을 촛불로 설명하면 정은 촛대에 해당하고 기는 심지에 타오르는 화염에 해당한다. 화염이 잘 타오르면 촛불이 밝아지는 이치다. 그렇다고 호흡을 길게 하려고 숨을 인위적으로 오래 참는 것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행공 수련의 첫 단계는 중기단법이다. 우주 내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은 중심 기운(中氣)이 움직여주는 힘이다. 소우주라 하는 인체도 마찬가지다. 음양이 조화롭고 수화기(水火氣)가 오르내리며 기혈이 순환하는 게 모두 중기의 힘에 의해서다. 중기는 또한 오행의 토(土)인 비, 위장을 말한다. 중심 장기인 비, 위장이 튼실해져야 모든 장부가 튼실해진다는 원리다. 중기단법을 어느 정도 수련하면 다음 수련은 건곤단법이다. 건(乾)은 하늘이요, 곤(坤)은 땅이니 머리로는 하늘의 기운을 받고 발로는 땅의 기운을 받아 내 몸에서 만물이 생동하는 기운이 돋아나게 하는 수련이다. 중기단법에서 중심을 찾고 건곤단법에서 천지적 고행을 닦고 나면 원기단법을 수련한다. 원기단법은 천지의 원기와 사람의 원기를 합일시키는 수련이다. 원기단법은 육체적 수련단계의 마지막이며 고행의 수련이다. 이렇듯 중기, 건곤, 원기단법을 육체적 수련이라 하고 수련을 완수해야 정신 수련단계인 통기법으로 들어갈 수 있다.
행공이라 하는 호흡 수련을 마치면 마무리 체조를 한다. 마무리 체조는 준비체조와 비슷하다. 지금껏 수련으로 축기를 했으니 축기된 기운을 온몸으로 보내주는 순환체조이다.
그렇다고 단전호흡 수련이 우화등선(羽化登仙)하거나 장생불사하는 신선이 되는 도가 아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수련하여 무병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양생지도(養生之道) 수련이다.
'수필집 *생선비늘* > 2부 일의 의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스크 시대 (0) | 2022.03.18 |
---|---|
나의 건강법 (0) | 2022.03.18 |
나이 탓이 아니다. (0) | 2022.03.18 |
내 삶의 퍼펙트 (0) | 2022.03.17 |
겨울나무에 날아든 새 (0) | 2022.03.17 |